이자계산기

지훈 씨는 3년 전 은행 창구에서 “연 4% 특판 예금”이라는 포스터를 보고 2천만 원을 맡겼다. 3년 뒤 통장을 확인했더니 이자는 240만 원이 아니라 203만 원 남짓이었다. “4% × 3년이면 12% 아닌가요?” 창구 직원의 대답은 짧았다. “세금 15.4%를 떼고요, 고객님.” 그날 지훈 씨는 처음 알았다. 광고판의 숫자와 내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다르다는 것을. 그 차이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자계산기의 일이다.

금리는 숫자 하나로 보이지만, 실제로는 세 가지가 얽혀 있다. 광고 금리, 세금, 그리고 시간이다. 이 세 가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, 1%의 차이가 수백만 원의 차이로 불어나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. 반대로 이해하고 나면, 같은 돈으로도 훨씬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다.

은행 창구에서 예금 상품을 상담받으며 이자계산기로 금리를 확인하는 모습

240만 원이 203만 원이 된 이유: 세금 15.4%의 정체

한국에서 이자소득에는 14%의 이자소득세와 1.4%의 주민세가 붙는다. 합쳐서 15.4%. 은행이 “연 4%”라고 광고할 때, 그건 세전 금리다. 내 손에 들어오는 건 세후 금리, 즉 4% × (1 − 0.154) = 3.384%다.

지훈 씨의 경우를 다시 계산해보자. 2천만 원 × 4% × 3년 = 240만 원(세전). 여기서 15.4%를 떼면 240만 × 0.846 = 203만 400원. 광고판의 240만 원과 실제 203만 원 사이, 37만 원의 차이가 바로 세금이다. 이자계산기에 세후 계산 옵션이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. 가입 전에 세후 실수령액을 확인하는 습관 하나가, 나중에 느끼는 배신감을 없앤다.

광고 금리(세전)실제 손에 들어오는 금리(세후)1천만 원 1년 예치 시 실수령 이자
3.0%2.538%253,800원
4.0%3.384%338,400원
5.0%4.230%423,000원

표에서 보듯, 광고 금리 1% 차이는 1천만 원 기준으로 1년에 8만 4,600원의 차이다. 작아 보이지만, 금액이 커지고 기간이 길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.

단리 vs 복리: 시간이 길어질수록 벌어지는 격차

단리는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 방식이고, 복리는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 방식이다. 1년짜리 상품에서는 차이가 없지만, 3년, 5년, 10년이 되면 격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.

1천만 원을 연 4%로 10년 맡긴다고 해보자. 단리면 1천만 × 4% × 10년 = 400만 원의 이자다. 복리(연복리)면 1천만 × (1.04^10 − 1) ≈ 480만 원이다. 같은 금리, 같은 기간인데 80만 원이 더 생긴다. 20년이면 단리 800만 원 대 복리 약 1,191만 원 — 차이가 391만 원으로 벌어진다.

그래서 적금이나 예금을 고를 때 “단리냐 복리냐”를 확인하는 것이 금리 0.5%를 더 찾는 것보다 중요할 때가 많다. 이자계산기에서 두 방식을 나란히 돌려보면, 시간이 돈이라는 말이 숫자로 증명되는 순간을 직접 볼 수 있다.

이자계산기로 단리와 복리의 장기 수익 차이를 그래프로 비교하는 화면

대출은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: 1%의 무서움

예금에서는 1%가 아쉬움이지만, 대출에서는 1%가 공포다. 3억 원짜리 아파트를 30년 만기로 산다고 해보자. 금리가 4%일 때 월 상환액은 약 143만 원, 총 이자는 약 2억 1,600만 원이다. 금리가 5%로 1%만 올라도 월 상환액은 약 161만 원, 총 이자는 약 2억 7,900만 원이 된다.

대출 금리월 상환액 (3억, 30년)총 이자4% 대비 차이
4%약 143만 원약 2억 1,600만 원—
5%약 161만 원약 2억 7,900만 원+6,300만 원
6%약 180만 원약 3억 4,700만 원+1억 3,100만 원

금리 1% 차이가 총 6,300만 원의 차이다. “1%쯤이야”라고 넘겼던 그 1%가, 30년이라는 시간과 만나면 집 한 채의 몇 분의 1이 된다. 대출을 받기 전에 이자계산기로 금리별 상환액을 비교해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. 은행 직원의 말만 믿고 서명했다가, 나중에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땅을 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.

은행이 말해주지 않는 세 가지 함정

첫째, “최고 금리”의 조건이다. “최고 연 5%”라고 크게 써놓고, 작게 “우대조건 충족 시”라고 적혀 있는 상품이 많다. 급여이체, 카드실적, 자동이체 등 조건을 다 채워야 그 금리가 나온다. 조건을 못 채우면 기본 금리는 2%대로 떨어진다. 가입 전에 “조건 없이 받는 금리”가 얼마인지 반드시 확인하자.

둘째, 중도해지 페널티다.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1년짜리 예금을 6개월 만에 깼더니, 약정 금리의 절반도 못 받는 경우가 흔하다. 중도해지 이율이 어떻게 되는지, 가입할 때 미리 알아두자. 여유자금이 아니라면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것이 현명하다.

셋째, 적금의 “착시”다. “월 50만 원씩 1년에 300만 원 모으기” 같은 적금은, 매달 돈을 넣기 때문에 평균 예치 기간이 6.5개월에 불과하다. 연 4% 적금의 실제 이자는 300만 원의 4%가 아니라 그 절반 수준이다. 적금 이자가 생각보다 적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.

대출 서류를 검토하며 이자계산기로 월 상환액을 따져보는 모습

목돈 만들기 시뮬레이션: 5천만 원을 만드는 세 가지 길

5천만 원이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해보자. 방법이 셋 있다. 매달 100만 원씩 연 4% 적금에 넣으면 약 46개월, 즉 3년 10개월이 걸린다. 매달 80만 원씩이면 약 56개월(4년 8개월). 거치식 예금으로 한 번에 4,500만 원을 연 4% 복리로 굴리면 약 2년 7개월 만에 5천만 원을 넘는다.

어떤 길이 정답인지는 각자의 상황에 달렸다. 여유자금이 한 번에 있다면 거치식이 빠르고, 매달 월급에서 떼어 모은다면 적금이 현실적이다. 중요한 건 감으로 정하지 말고 숫자로 정하는 것이다. 목표 금액, 월 납입액, 금리를 이자계산기에 넣고 돌려보면, “언제쯤 모일까”라는 막연한 불안이 “정확히 몇 개월”이라는 계획으로 바뀐다.

72의 법칙: 돈이 2배가 되는 시간을 암산하는 법

복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가장 쉬운 도구가 “72의 법칙”이다. 72를 연 금리로 나누면 원금이 2배가 되는 햇수가 나온다. 연 4%면 72÷4=18년, 연 6%면 12년, 연 8%면 9년이다. 반대로 10년 안에 돈을 2배로 불리고 싶다면 72÷10=7.2%, 즉 연 7.2%짜리 상품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.

이 법칙이 유용한 이유는 은행 상담을 받을 때다. “이 상품은 연 5%입니다”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72÷5=14.4년, 즉 14년 반이면 2배가 된다는 감이 온다. 이자계산기로 정확한 숫자를 확인하기 전에, 72의 법칙으로 대략의 그림을 그려보는 습관을 들이면 금융 상품을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진다.

잠자는 돈도 일하게: 파킹통장과 CMA의 활용

목돈을 모으는 동안에도 돈은 놀리면 안 된다. 당장 쓸 일이 없는데 보통 예금통장에 0.1% 금리로 방치된 돈이 있다면, 그건 매일 조금씩 녹고 있는 셈이다. 파킹통장(수시입출금 고금리 통장)이나 CMA는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도 연 2~3%대 금리를 준다. 1천만 원을 0.1% 통장에 1년 두면 이자가 8,460원(세후)이지만, 3% 파킹통장에 두면 253,800원이다. 같은 1년, 같은 1천만 원인데 25만 원이 넘게 차이 난다.

물론 파킹통장 금리도 수시로 바뀌고, 예금자보호 한도(5천만 원)도 확인해야 한다. 하지만 “당장 안 쓰는 돈”을 그냥 두는 것과 굴리는 것의 차이는, 이자계산기에 두 숫자를 넣어보면 바로 체감된다. 재테크의 첫걸음은 거창한 투자가 아니라, 잠자는 돈을 깨우는 것이다.

이자계산기 200% 활용법: 가입 전 체크리스트

은행 상품에 가입하기 전, 아래 순서대로 확인하자:

  1. 세전 금리가 아니라 세후 실수령액을 계산한다. 15.4% 세금을 뗀 진짜 숫자를 본다.
  2. 단리인지 복리인지 확인한다. 기간이 길수록 복리의 가치가 커진다.
  3. 우대조건 없이 받는 기본 금리를 확인한다. “최고 금리”에 현혹되지 않는다.
  4. 중도해지 이율을 확인한다. 급할 때 깨도 되는지 미리 알아둔다.
  5. 대출이라면 총 이자액까지 본다. 월 상환액이 아니라 30년 총액을 비교한다.

스마트폰의 이자계산기 앱으로 예금 이자를 직접 계산하는 손

지훈 씨는 그날 이후로 은행 창구에 가기 전에 항상 이자계산기를 먼저 켠다. 광고판의 숫자를 그대로 믿지 않고, 세금을 떼고, 기간을 넣고, 진짜 내 통장에 찍힐 숫자를 확인한다. 5분의 확인이 수십만 원의 차이를 만든다. 금리 1%는 작은 숫자가 아니다. 시간과 만나면 수백만 원이 되는, 결코 작지 않은 숫자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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